하퍼스바자 코리아 2021년 5월호 | From NATURE (인터뷰 有) | Harper's BAZAAR KOREA 2021.05

2024. 9. 7. 23:37화보, 인터뷰 Photoshoot & Interview/2020-현재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과 푸르른 초원, 돌담이 바람길을 안내하는 제주도.

자연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록시땅과 이효리가 만났다.

 

 

그녀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행복하세요?” 이효리는 ‘행복’이란 단어를 잠시 곱씹으며 “요즘엔 소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저녁에 요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이 저녁을 차려 두는 것 같은.” 더불어 자연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건 제주 생활의 기쁨이라고 했다. “우리 강아지들이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흙길에서 걷고 뛸 수 있다는 게,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궁금해졌다. 나의 많은 지인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할수록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이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아.” 신혼생활에 흠뻑 젖어 있든, 첫째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안정된 삶을 살든, 모두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그냥 뭐랄까? 전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마음 공부가 제일 많이 되는 게 육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요가를 하고 수련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인내력과 헌신을 요구한다니 경험해보고 싶어요. ‘엄마만이 가능한 희생과 노력을 느껴보고 싶다. 그런 사랑을 배워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가장 커요. 예전에 <정글의 법칙>에서 연어들이 온몸의 비늘이 너덜너덜해지면서까지 강을 회귀해 알을 낳고 죽는 걸 봤어요. 순리에 따라 희생하는 삶이 너무나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도 문어가 알을 낳고 죽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미물이라고 불리는 것도 희생을 통해 세상에 일조를 하는데 본받아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었죠.”
 
이효리는 <나의 문어 선생님>에 완전히 빠져 있다며 ‘스포 아닌 스포’를 유쾌하게 흘렸다. “한 남자가 바다에 들어가서 문어를 관찰하기 시작해요. 일 년 동안 매일 바다에 들어가서 그 문어를 만나요. 문어는 강아지급 두뇌를 갖고 있대요. 처음에는 피하고 도망가는데 나중에는 그 남자를 터치하고, 배 위에 올라와서 장난치고. 문어숙회만 좋아했지, 문어랑 교감한다는 건 상상도 못해봤는데. 세상의 모든 생물은 마음이 있고, 사랑을 나눌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존재들이구나. 거기서 또 한 번 감동했어요.”
 
‘Sustainable’ ‘With’ ‘Nature’ 화보의 주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서스테이너블의 정확한 뜻이 뭐예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면서, 자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그게 가능해요?” 이런 주제를 다룰 때마다, 특히 구매를 유도하는 매거진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를 한다는 게 늘 어렵고 조심스러웠는데 본심을 들킨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말했다. “살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단 의식하고 행동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 걸음 나아간 거겠죠? 전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자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위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순응하며 어우러져 살아야 할 뿐이라고요.” 자연과 한 걸음 더 가까이 사는 그녀의 목소리이기에 이내 수긍이 되었다.
 
이효리는 요즘 도자기를 만드는 데 심취해 있다고 했다. “표현하고 싶은 것들,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게 특별한 경험이에요. 머리를 비우는 데도 좋고요. 완전히 몰입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는 언제나 필요한 것 같아요.” 도자기를 배운 뒤로 친구들에게 반려견을 만들어서 보내곤 하는데, 얼마 전엔 메이크업 아티스트 홍현정의 소금이(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를 선물했다고. “선물은 위로인 것 같아요. 순심이가 죽었을 때 되게 슬프고 힘들었는데, 디자이너 요니가 제주도에선 살 수 없는 수입 과자 꾸러미를 보내줬어요. ‘순심이 좋은 데 갔을 거야.’라는 말보다 달달한 걸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지면서 정말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이런 게 진짜 선물인 것 같아요.” “요즘 가장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다들 지치고 화가 많이 나 있는 것 같아요. 표출할 방법이 없으니까 유색 인종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고. 동물이나 사람을 폭행했다는 기사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화를 내는 건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가해하는 행위니까. 화가 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풀어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웃음으로, 아니면 노래로 그들을 위로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위로를 건넨 곡이 작사로 참여한 소유의 ‘잘자요 내 사랑’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이효리의 목소리로 위안받을 수 있을까? “무슨 일이든 계획해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웃음) 뭐든 즉흥적으로 해요. 환불원정대도 그랬고요. 좋은 곡을 만나거나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Credit

  • 에디터/ 정혜미
  • 사진/ 신선혜
  • 모델/ 이효리
  • 메이크업/ 홍현정
  • 헤어/ 한지선
  • 스타일리스트/ 곽지아
  • 세트(프롭) 스타일리스트/ 권도형
  • 로케이션 매니저/ 김윤범
  • 어시스턴트/ 이지은, 천서영
  • 웹디자이너/ 한다민

 

 

이효리와 록시땅이 만나면? 솔직담백 인터뷰는 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이효리와 록시땅이 만나면? 솔직담백 인터뷰는 덤! -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과 푸르른 초원, 돌담이 바람길을 안내하는 제주도. 자연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록시땅과 이효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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